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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넘버 원 2

<책 소개>

머슴의 아들 이장우는 몰락한 주인집 딸인 김수연의 의대 진학 학비를 위해 빨치산 토벌작전에 자원한다. 수연은 이를 말리지만 장우는 꼭 살아서 돌아오겠다며 떠난다. 생사를 넘나드는 전투를 치르면서도 수연을 다시 만나겠다는 일념만으로 버틴다.
한편, 수연은 장우의 생환만을 기다리며 의사의 꿈을 키우다가 장우의 전사통지서를 받고 결국 육사 출신의 엘리트 장교인 신태호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운명은 이들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수연과 태호의 결혼식 전날, 죽을 줄 알았던 장우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온다. 운명의 장난처럼 마주친 장우․수연․태호. 하지만 서로에 대해 이해할 시간을 가지기도 전에 수연으로 인해 태호의 중요한 작전이 실패하고 벼락처럼 6월 25일 새벽, 전쟁이 시작된다.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장우와 태호는 전쟁터로, 수연은 피난길에 오르며 다시 이별을 맞는다. 장우와 태호는 수연을 다시 만나겠다는 일념만으로 치열한 전쟁터를 누비고, 수연은 나약한 오빠 때문에 원치 않는 북쪽길을 택한다. 폭풍 같은 운명 앞에 선 세 사람, 이들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소설의 제목이자 중요한 배경인 ‘로드 넘버 원(ROAD NO. 1)’은 전남 목포에서 평북 신의주까지 연결되는 종단 국도인 ‘1번 국도’를 의미한다. 현재 문산에서 끊어져 있지만, 남과 북을 가로지르는 만큼 한반도의 역사와 분단의 상처가 고스란히 묻혀 있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군인들이 피와 눈물로 전우를 묻었던 곳이며, 전쟁으로 가족과 헤어지고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되찾고자 하는 평화를 상징한다. 올해 6월 25일은 한국전쟁 발발 60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로, ‘로드 넘버 원’의 의미가 좀 더 깊다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역사와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장우, 수연, 태호 세 사람의 애절한 사랑과 우정을 그리고 있는데, 지금은 보기 드문 ‘순수한 사랑’, ‘형제보다 깊은 우정’을 다시금 느끼는 시간을 경험하게 해줄 것이다. 아울러 세 사람 외에 저마다 상처를 갖고 전쟁터로 뛰어든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바쁜 생활 속에서 잊고 있었던 ‘가족의 소중함’, ‘인간의 위대함’ 등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제작비 130억 원의 거대한 스케일, 소지섭․김하늘․윤계상․최민수 등 화려한 출연진, 한국전쟁 당시 남북의 상황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100% 사전제작으로 완성도를 높인 휴먼 멜로 드라마 〈로드 넘버 원〉의 원작소설인 이 작품은 드라마의 거대한 스케일을 그대로 옮겨놓았을 뿐 아니라 드라마가 표현할 수 없는 등장인물의 내면과 심리를 좀 더 세밀하게 보여줄 것이다.

<지은이 소개>

지은이 _ 한지훈
남성적이고 선이 굵은 이야기에 탁월한 감각을 발휘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2000년 〈카이스트〉를 통해 드라마 작가로 데뷔했고, 옴니버스 드라마〈러브 스토리〉를 집필했다. 2007년 드라마〈개와 늑대의 시간〉으로 한국적 느와르를 성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관객 1175만 명을 동원해 한국 영화 관객 수 역대 3위에 오른 〈태극기 휘날리며〉를 비롯해 〈야수〉, 〈소년은 울지 않는다〉등의 영화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3년여에 걸쳐 완성한 이번 〈로드 넘버원〉으로 전쟁 한복판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진한 전우애를 담아냈다.

지은이 _ 윤현호
상명대학교 영화학과에서 연출을 전공했고, 현재 영화 각색 작업과 드라마 기획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08년 신씨네와 동서대학교가 공동 주최한 ‘필름2.0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이 작품은 현재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이다. 드라마 〈로드 넘버 원〉에 구성작가로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책을 집필했다.

<차례>

◎『로드 넘버 원』(2권)
• 즉결심판
• 이장우 중대
• 평양 입성
• 전쟁의 가장자리
• 잔인한 사랑
• 속죄
• 패퇴
• 지옥의 생존자들
• 상처뿐인 귀환
• 끝나지 않은 전쟁

<본문 중에서>

“다부동 전투에서 674고지를 탈환한 2중대에게 전원 무공훈장이 내려왔다.”
중대원들이 일순간 환호하기 시작했다. 재용이 진정하라는 표시로 손을 들자 조용해졌다.
“특히 적진 돌파의 선봉이 됐던 특공대는 1계급 특진이다. 특공대 앞으로.”
장우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왔다. 재용이 앞으로 다가와 계급장을 달아주며 악수를 청했다. 장우의 손을 꾹 움켜쥐며 재용이 말을 덧붙였다.
“금일부로 1대대 2중대는 이장우 중위가 지휘한다. 윤삼수 대위가 이룩한 무적 2중대의 신화를 이어서 선봉이 되길 바란다.”
장우는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하필 이런 타이밍에 중대장 진급이라니. 지금까지 운명은 장우의 편이 되어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만은 아니었다.
장우가 중대장으로 치고 올라간 그 순간을 태호는 무력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망치로 맞은 듯 머리가 멍해서 마치 머릿속에 못이 박혀 있는 것 같았다. 돌이켜보면 장우를 중대장으로 만든 건 다름 아닌 태호였다. 다부동 특공대를 보낸 것이 자신이었으니까. 전투를 치를수록 장우와 얼마나 많은 악연이 쌓이게 될지 그저 아득하기만 했다.

장우는 폐허가 된 수연의 집에 들어섰다. 마음이 착잡했다. 세월의 허무와 역사의 무거움이 온몸에 전해졌다. 창고 구석에 녹슨 낫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오른손이 떨려왔다. 수연이 치맛자락으로 상처를 감아줬던 기억이 떠올랐다. 장우의 눈에 당장 눈물이 차올랐다. 수연을 향한 그리움이 절로 말을 밀어냈다.
“나 집에 왔어, 수연아.”
흐느낌은 더욱 격해지더니 기어이 울음을 토해냈다. 장우의 얼굴은 말할 수 없이 무겁고 고통스러워 보였다. 지금 이 순간까지 온몸으로 버텨내던 참혹한 전장을 하나하나 넘겨보고 있는 것 같았다.
장우는 속으로 수연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그 모습이 서럽고 외로워 보였다.

여명이 트기 시작했다.
지프는 외딴 곳에 버려진 산장 앞에 멈췄다. 장우는 수연을 산장 침대에 누이고 마당을 나왔다. 어깨에 붕대를 감은 채 부지런히 낙엽을 긁어모았다. 문득 새벽하늘을 바라보았다. 나무에서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장우는 차분한 시선으로 낙엽을 바라봤다. 저 멀리 산장 창가에 수연의 얼굴이 나타났다. 장우는 무심코 산장을 돌아보다가 수연이 자기를 바라보는 것을 느꼈다.
장우는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수연과 마주 섰다. 장우와 수연은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봤다. 장우가 창가에 손을 대자 수연도 장우의 손에 자기 손을 댔다. 유리를 사이에 두고 그들의 손이 포개졌다. 유리로 가로막혀 있지만 수연은 장우의 손길이 느껴졌다. 그것은 짜릿하면서도 감미로운 감촉이었다. 떨어져 지낸 만큼 두 사람 사이엔 많은 사랑이 쌓여 있었다.
장우가 속삭였다.
“나야. 수연아, 나 여기 있어. 네 곁에.”
“그래, 장우야. 오랜만이야.”
“보고 싶었어. 많이.”
수연의 눈가가 물기로 번질거리고 있었다.
“미안해. 모든 것이 다…….”
“고마워. 살아 있어줘서.”
장우가 말했다.
“미안해. 너무 늦게 와서.”
“이젠 우리 어떻게 해?”
“모르겠어. 지금만 생각하자.”
“우린 어디로 가야 해?”
“지금 여기 있잖아. 우리 둘이…… 다…… 살아서.”
장우는 손을 들어 유리창 밖에서 수연의 눈물을 닦아냈다. 그러더니 유리창으로 다가와 수연의 새하얀 이마와 오뚝한 콧날에 입을 맞췄다.

“부탁은 내가 하고 있어. 마창길, 제발 포기하지 마라. 나한테, 아니 그동안 함께 싸워온 2중대원들에게 기회를 줘. 다 함께 이 사지를 벗어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힘을 내란 말이다.”
장우의 눈가가 어느새 물기로 번질거리고 있었다.
“같이 가자, 창길아.”
창길이 흐느꼈다.
장우는 들것을 만들기 위해 쓸 만한 나무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문득 돌아보자 창길이 권총을 관자놀이에 대고 있었다. 칼바람이 창길의 옆머리를 만지고 지나갔다.
창길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대한민국 만세.”
탕!
칼바람을 뚫고 총성이 울려 퍼졌다. 계곡 주변을 뒤지고 있던 태호가 흠칫 놀라 총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창길의 가슴에 떨어져 있는 가족사진 위로 바람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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