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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습격』-영화, 역사를 말하다
영화를 더 재미있게 보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그 영화의 역사적인 배경을 아는 일이다. 이 책은 동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북아메리카 대륙의 나라들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23편 소개한다. 내전과 정치적 혼란과 가난…… 이 나라들의 이런 현재의 모습은 왜 일어날 것일까? 무엇이 기원이 되어 질곡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영화가 깔고 있는 역사를 알고 보면 훨씬 더 깊이 있게 영상언어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당대 역사의 배꼽이라 할 수 있는 근대를 이야기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저자는 제국주의가 확장되던 시대의 역사를 함축하고 있는 영화들을 소개하면서 근대의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영화가 역사와 다른 점은 예술가의 눈을 통해 한번 걸러진다는 데 있다. 예술가들은 그런 거시적인 역사의 프레임 안에서 사랑하고 이별하고 웃고 우는 개인의 강렬한 삶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우리는 이 책에서 역사와 영화라는 두 가지 독립적인 인문학을 만난다.
역사를 딱딱한 교과목이라고 생각하는 중등학생들에게는 역사가 말랑말랑한 현재진행형의 우리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매력적인 역사책이다. 역사를 이렇게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교과서가 개발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영화를 의미 있게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베스트 영화 23편이 배경으로 삼고 있는 역사, 특히 균형 있는 역사 감각을 견지하며 이야기해주는 이 책을 꼭 볼 일이다.
<책 소개>
영화 같은 역사, 역사 같은 영화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세상을 보는 눈’이다.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영화의 메시지와 영상언어를 이해하는 정도에 따라 감동이 달라질 수 있다. 이 책은 영화를 잘 보기 위한 길라잡이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역사책은 더욱 아니다. 영화를 즐기는 가운데 딱딱한 역사를 현재진행형의 우리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쥐어주는 매력적인 책이다.
역사란 시간이라는 씨줄과 공간이라는 날줄로 얽어맨 인류가 살아온 이야기다. 영화는 이를 영상으로 풀어낸 이야기다. 역사와 영화는 그래서 ‘삶’을 키워드로 하는 동의어가 된다. 우리의 삶의 공간인 세계는 어떤 이야기(역사)를 겪으며 오늘의 모습으로 되어왔을까? 아프리카의 내전과 기아, 아시아의 정치적 혼란, 라틴아메리카의 비참한 가난……. 1492년 콜럼버스 이후, 그리고 산업혁명 이후 벌어진 제국주의 열강들의 침탈과 그 후유증이다.
이 책에서는 콜럼버스 이후 서양 제국주의의 침탈사를 거시적으로 살펴본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23편의 영화들은 이 시점의 역사적 배경을 알고 보면 재미가 배가되는 것들이다. 예술가들은 이런 거시적인 프레임 안에서 강렬함을 지니고 살아가는 개인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위대한 개인의 삶은 탄생하고, 또 계속된다. 영화는 그렇게 우리에게 가장 입체적인 모습으로 역사를 가르쳐준다.
<추천 말>
대충 보아넘겼던 영화들을 다시 보며 설레게 만든 책
김동호|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내가 처음 김용성 기자를 만난 것은 13년 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였다.
그는 MBC에 입사한 지 8년 된 영화담당 기자였다. 한눈에도 열정적으로 영화에 빠져 있던 그가 영화에 접근하는 방식은 매우 탐구적이었고 분석적이었다. 그는 놀라울 만큼 디테일에 강했으며, 영화평론은 전문 평론가 못지않게 탄탄했다. 문화 전반에 걸친 그의 해박한 지식이 밑바탕이 되었으리라.
나중에 그가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한 사학도이면서 대학원에서 언론학을 연구한 저널리스트임을 알게 되었다. 그제야 그에게서 느꼈던 모든 불가해함이 납득되었다. 사물을 관조하는 그의 높은 안목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 김용성 기자는 20년 차의 베테랑 기자이다. 그동안 부산MBC 보도국의 모든 부서를 섭렵하고 뉴스를 총괄하는 책임자가 되었다. 그의 시야는 한층 넓어졌고 그의 안목은 더욱 깊어졌을 터이다.
그런 그가 영화에 관한 책을 썼다. 바로 이 책 『제국의 습격』이다. 역사를 전공한 사학도답게, 또 오랜 기간 영화 담당기자를 지낸 평론가답게 그의 저술방식은 예사롭지 않다. 기존에 나와 있는 영화 책과는 퍽 색다르다.
먼저 영화의 주제가 된 시대적 배경과 역사를 광범하고도 소상하게 소개한 후에 영화에 대해 말한다. 영화를 소개하면서 역사 담론을 펼친다. 이를테면 ‘역사 속의 영화, 영화 속의 역사’에 관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지난 3월, 리카르도 젤 리가 창설한 ‘한국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이탈리아 피렌체에 갔었다. 32년 만에 찾은 아름다운 르네상스의 도시 피렌체는 여전히 관광객으로 붐볐다. 영화제 스태프인 프란체스코의 안내로 두오모 성당, 산 조반니 세례당, 아카데미미술관, 우피치미술관 같은 곳을 돌아봤다.
프란체스코는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한 갓 삼십의 청년으로 건축과 미술에 조예가 깊었다. 덕분에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주도했던 세력가 메디치 가문과 함께 그림, 조각, 건축물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현대미술에만 관심이 쏠려 있던 나로서는 르네상스 미술이란 새로운 발견이었고, 그것들 하나하나가 벅찬 감동으로 다가왔다. 내가 입버릇처럼 하던 ‘역사를 알면 영화가 더욱 잘 보인다’는 말은 모든 예술 분야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진리란 것이 실감되었다.
김용성 기자의 『제국의 습격』을 읽으면서 이전에 대충대충 보면서 지나갔던 명화들, 가령 <차이니즈 박스>라든가 <화양연화>, <중앙역>, <크래시>,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이런 영화들을 다시 보고 싶은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혔다.
<저자 소개>
지은이 김용성
1962년 부산 출생.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나와 경성대에서 언론홍보학 석사를 마치고, 미국 미주리대학에서 저널리즘스쿨을 수료했다. 1988년 부산MBC에 기자로 입사해 제작부장, 사회부장, 정책기획부장, 정경부장 등을 거쳐 현재 뉴스총괄팀장에 재직 중이다. 인간과 문명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 늘 관련 지식을 챙기는 게 일이다. 영화 꼼꼼히 보기, 다양한 음악 듣기, 사람만나기는 취미이자 특기. 제16회 봉생문화상, 제2회 및 제4회 공익프로그램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으며, 『뉴미디어저널리즘』(경성대학교 출판부, 2007)을 썼다.
<책 속으로>
세 이야기가 그리고 있는 각각의 시간대가 당시의 정치 상황을 상징하지는 않는다. 감독은 정치적 성향을 지니기보다는 어느 특정한 시점을 사는 개인들의 삶을 관찰하고 촘촘히 보여주고 싶어한다. 모든 사람이 국가와 사회라는 프레임을 안고 살아가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개인들은 어느 상황에서든 끝없이 자유와 사랑을 추구한다. 각 시기의 무게와 의미를 아는 것은 그러한 개인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참조사항일 뿐이다. ―본문 중에서
물론 두 영화는 전혀 다른 스타일과 스토리를 가졌다. <차이니즈 박스>가 1997년 홍콩 반환 시기를 배경으로 한 사랑이야기로 홍콩의 정체성을 다뤘다면, <화양연화>는 1962년을 배경으로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가능한 한 생략하고 사랑이야기에 몰입하고 있다. 그렇지만 두 편의 영화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홍콩이라는 도시와 그곳에 살고 있는 또는 살았던 사람들의 강렬함이다. ―본문 중에서
애석한 것은 역사라는 마땅히 있어야 할 사건, 즉 ‘당위의 사실’을 그대로 구현하지 못한다. 우리가 보는 역사는 결과로서의 사실일 뿐이다. 그러기에 콜럼버스의 항해가 가지는 당파적 의미, 즉 콜럼버스가 과연 잘한 것이냐 못한 것이냐는 논쟁은 사실로서의 역사를 파악하는 데 그리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에 와서 콜럼버스의 공과를 따져야 하는 이유는 역사 서술이 지배한 시각에서만 이뤄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멕시코 입장에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런 역사적 사실들을 알게 되면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 등지의 미국 서부에 히스패닉이 많이 살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원래 그 땅은 몇 백 년 동안 멕시코인들이 주인이었던 곳이다. 영화에서 보면 캘리포니아 사람들이 미국 연방 가입에 환호하는 모습이 있는데 실제는 어땠을지 궁금하다. 멕시코정부가 부패하고 무능해서 영토를 사실했다고 하는데, 남의 땅을 빼앗은 미국은 과연 민중을 위해 전쟁을 시작했고 민중의 이익을 위해 정책을 폈을까? ―본문 중에서
루이지애나는 루이 14세의 땅이란 뜻이다. 영국계 백인나라임을 자처하는 미국 도시 곳곳에 빛바랜 계급장처럼 그런 식의 유럽의 짙은 흔적이 이름 붙여진 이유는 무얼까? 카리브해 서인도제도의 음악과 흑인 음악이 결합된 클래식하면서도 불규칙하고 영혼을 잡아당기는 무언가가 있는 음악, 재즈가 어째서 뉴올리언스에서 발달해 미시시피강을 타고 시카고, 뉴욕까지 흘러든 것일까? 달콤 매콤한 케이준 스타일의 음식들의 원조는 루이지애나에 사는 원주민들이 아카디아를 잘못 발음한 데서 생겨났다고 하는데, 무엇이 원인이 되어 그리 많은 인종들이 섞여 살면서 새로운 퓨전을 만들어내게 되었을까? ―본문 중에서
가장 못된 나라는 포르투갈이었다. 아프리카에 가장 먼저 진출했지만 앙골라와 모잠비크를 두고 버티다 가장 늦게 아프리카에서 철수했다. 최후로 남은 나라가 가장 먼저 식민지가 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이었다. 그곳의 백인들은 17세기에 정착한 네덜란드계(보어인)와 18세기 말부터 정착한 영국계로 구성됐으며, 가장 악랄한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흑백차별정책)를 추진했다. 남아공의 식민 잔재는 1994년 만델라가 대통령이 돼서야 종식되었다. ―본문 중에서
아프리카의 지성인들은 열강들의 침략이 있기 전에는 아프리카에 최소한 기아와 종족 분쟁은 없었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20세기 들어 아프리카의 기아현상은 식민 제국들이 본국 산업의 필요에 따라 현지인들의 식생활 문화를 개악한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프랑스는 밀과 수수를 주식으로 삼던 아프리카 농민들에게 땅콩과 커피, 목화를 재배하도록 강제했다. 그리고 농민들의 주식은 베트남으로부터 쌀을 들여와 해결했다. 프랑스는 아프리카 토양에서 얻은 특용작물로 많은 이득을 챙기는 동시에 또 다른 식민지 베트남의 잉여 생산물을 해결하는 이중의 이득을 보았다. ―본문 중에서
정재형 교수(동국대 영화영상학과)는 ‘비정규적인 독해aberrant reading’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즉 다른 인식을 갖고 있는 관객이 다른 방식으로 읽으면 텍스트는 다르게 읽힌다는 것이다. 관객은 인종과 계급, 성별 등 여러 사회적 관계에 의해 형성된 자신의 문화적 인식 능력에 따라 영화를 볼 수밖에 없다. 영화에 의도된 방식을 거부하면 다른 인식이 가능해진다는 말이다. 사무라이와 관련해서 풀이하자면 위의 두 영화가 위대한 사무라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해도 관객이 사무라이의 비정한 면에 주목한다면 달리 보일 수 있다는 말이다. 영화 제작에 어떤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이런 영화들이 큰 관심을 끄는 현재 일본의 모습이 걱정된다. ―본문 중에서
19세기 식민지 확보 전쟁에서 최대의 피해자였던 아프리카가 새로운 21세기의 자원 확보 전쟁을 통해 또다시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프리카의 비극은 아프리카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를 향해 적지 않은 파동을 일으킬 것이다. 지구의 재화는 결국 지구 내에서 제로섬 게임일 수밖에 없다. ―본문 중에서
[차례]
머리말
추천사
프롤로그 영화 같은 역사, 역사 같은 영화
제1장 격동의 동아시아
홍콩, 차이나 <차이니즈 박스> <화양연화>
상하이 동방명주 <태양의 제국> <색, 계>타이완해협의 거친 파도 <쓰리 타임즈>
칼의 나라 일본 <라스트 사무라이> <바람의 검, 신선조>
식민지 한국 <한반도>
제2장 혼혈의 땅 라틴아메리카
1492년 제국의 습격 <1492 콜럼버스>
망각의 섬, 쿠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고독한 대륙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혼혈의 대륙, 브라질 <중앙역>
뉴스페인의 명암 <레전드 오브 조로> <마스크 오브 조로>
제3장 북아메리카 쟁탈전
퀘벡, 미아가 되다 <대단한 유혹>
슬픈 루이지애나 <데자뷰>
제독과 해적 <마스터 앤드 커맨더>
새로운 제국 <패트리어트-늪 속의 여우>
제국의 그늘 <크래쉬>
제4장 아프리카의 꿈
기니만의 비극, TIA <블러드 다이아몬드>
동아프리카의 유럽인 <러브 인 아프리카>
추방의 역사 <추방된 사람들>
분쟁을 넘어 <호텔 르완다>
에필로그
더 깊은 이해를 위한 자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