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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편집자

<책 소개>

영화, 책, 드라마, 게임...... 아주 보통의 여가 아이템들
그런데 수백 명이 죽어야만 영화는 끝이 나고,
갖가지 불륜이 저질러진 다음에야 소설이 마무리된다.
막장으로 치달아야 드라마 스토리가 전개되고,
대륙을 초토화시켜야 게임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우리가 즐기고 있는 실제 여가의 모습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저 ‘푹 쉬는 것’을 여가라고 생각한다.
도대체 왜?

저자 최석호는 우리가 생각하는 여가와 실제 여가가 왜 다른지 조목조목 설명한다. 전통 사회에서 근대 사회로 전환하는 오랜 기간 동안 서서히 문명화가 진행됐다. 사람들은 예절을 지키고, 감정을 숨기고, 폭력을 억제하기 시작했다. 사회가 보다 안전해졌다. 그러나 일상이 지겨워졌다. 여기에서 지겨운 일상에 활력과 재미를 불어넣는 대중적인 여가가 탄생했다. 근대 사회는 일상생활에서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폭력을 억제한 국민들에게 여가라는 보상을 지급한다. 소설, 만화, 라디오, 대중음악, 영화, TV 등등. 안전하지만 지겨워져버린 근대 사회의 균형잡기 메카니즘이 여가다. 우리는 대중적인 여가를 통해 마음껏 흥분하면서 스트레스를 확 푼다. 그러나 실제로 감정을 발산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안 된다. 그러니까 실제와 똑같이 흥분하되 행동은 모방만 하는 것, 이것이 오늘날의 여가다. 이와 같은 모방 흥분은 전혀 위험하지 않지만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여가를 다시 보아야 한다.


<저자 소개>

저자 : 최석호
고려대학교에서 여가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 영국 노팅엄트렌트대학교Nottingham Trent University에서 문화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레저경영전문대학원장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레저경영연구소를 운영, 골목길 역사산책?문명화과정?엔터테인먼트산업 등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상하이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세계호텔협회World Hotel Association 부회장, 국제연합UN 여가관련 자문을 맡고 있는 세계여가기구World Leisure Organization의 학술지 「World Leisure Journal」 국제편집위원, 한국관광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 및 공저서로 『골목길 근대사』(2015), 『한국관광 희망을 이야기하다』(2015), 『중국인이 몰려온다!』(2012), 대한민국 학술원 선정 우수학술도서), 『Korean Leisure from Tradition to Modernity 』(2010), 『한국사회와 한국여가』(2006) 등이 있다.


<목 차>

시작하는 글
오늘도 인사불성. 그래, 모두 잊고 싶은 게다
삶을 사는가, 장비를 사는가
패스트 워크, 슬로우 레저
당신의 여가가 당신을 말한다

Chapter.01 지겹고 힘겨운 일상에 돌을 던진다
가상 세계가 현실을 파괴한 일련의 사건들
이게 다 상업화된 대중문화 때문일까
여유는 생겼지만 문제는 있었다
사람들을 거리로 뛰쳐나가게 만든 라디오
홍등가에서 탄생한 대중음악
오감을 사로잡는 새롭고 자극적인 아이템들
여가란 도대체 무엇인가
안전하지만 지겨운 일상
일상에 없는 것을 홀로 찾아 즐기는 시대
일과 여가, 당신은 어느 쪽에 더 관심이 있는가
중독에 빠져드는 이유
흥분을 즐기되 도피하지 말 것

Chapter.02 켤 것인가, 끌 것인가, TV가 문제로다
하루 종일 켜져 있는 TV
바빠진 만큼 위험한 사회, 주범은 누구인가
만약 TV가 사라진다면
삶을 바꾸는 요물, TV
TV에 매인 한국인, 불행한 한국 사회
이보다 더 쉬울 수 없는 행복의 비결

Chapter.03 풍요의 역설, 일과 소비의 악순환
풍요로워졌지만 불안한 일상
부자들은 뭐가 다를까
삼성 vs 현대, 부자도 다 똑같진 않다
풍요의 역설
빼앗긴 여가
일과 소비의 악순환
늘어난 건 TV 시청과 쇼핑뿐이다
일하고 싶지만 일이 없고, 쉬고 싶지만 쉴 수 없는

Chapter.04 다시, 책에서 길을 묻는다
우리는 왜 만날 똑같은 뉴스를 보고 있나
언제부터 독서는 우리 모두의 취미가 되었나
지금껏 무엇을 읽었나? 베스트셀러로 보는 자화상
이제, 무슨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다시 책이다!

Chapter. 05 이미지 언어가 나와 내 삶을 바꾼다
글자로 배우지 마라!
포드와 GM의 대결, 이미지 싸움의 서막
다른 방식으로 보기
이미지로 말하는 자가 이긴다
우리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차별화한 당신을 보여라!

Chapter.06 나는 지금 어디에 속한 사람인가?
나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사람일까
취향이 아니라 사회적 위치가 여가를 결정한다
프렌치가 즐기는 마음의 양식과 일용할 양식
영국 뉴타운의 라이프스타일
너거 아부지 뭐 하시노
소극적이고 정적인 우리의 여가
돈 있어도 시간이 없고, 시간 있으나 돈이 없는!
여가에도 안목이 필요하다

* KNOW HOW 지피지기 백전백승,
여가학자 최석호가 제안하는 가족 여가

마치는 글
이제, 섹시한 나를 즐기자
누군가에겐 자기계발서, 그러나 실은 행복에 관한 이야기


<책 속으로>

여가餘暇라는 낱말은 한자어다. 일본에서는 우리와 같은 한자어를 쓰고 있다. 중국에서는 휴한休閒이라고 한다. 한자 그 자체를 풀어 보면, 우리나라에서 여가는 ‘여유롭고 한가한 때’를 뜻하고, 중국에서는 ‘한가롭게 쉰다’는 뜻이다. 비슷하기는 하지만 완전히 다른 말이다. 우리에게 여가는 여유 있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그 시간에 쉴 수도 있고 놀 수도 있지만 일을 할 수도 있다. (중략) 수백 명이 죽어야만 영화는 끝이 나고, 갖가지 불륜이 저질러진 다음에야 소설이 마무리된다. 막장으로 치달아야 드라마 스토리가 전개되고, 대륙을 초토화시켜야 게임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우리가 즐기고 있는 실제 여가의 모습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일상에서 벗어나 푹 쉬는 것을 여가라고 생각한다. 왜 우리가 생각하는 여가와 실제로 행하는 여가가 이렇게나 다른가?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를 떠받치는 이데올로기로서 여가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과 생각이 따로 논다. 우리는 이제 여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여가 실제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 p.035~039

옛날 사람들은 해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들었다. 봄에 씨 뿌리고 여름에 길러서 가을에 거둬들이고 겨울에 쉬었다. 전통 사회에서 시간 질서를 잡는 것은 자연이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은 해가 뜨건 말건, 날씨가 덥건 춥건 관계없이 제 할 일을 한다. 근대 사회에서 시간 질서를 부여하는 것은 자연이 아니라 사람이다. 자연에서 사람으로 시간 편성권이 넘어오면서 생활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진다. 이처럼 시간 공황에 시달리면 전에 하지 않던 이상한 여가 행동을 한다. 여가 활동을 점점 더 빨리 하는 것이다. 여가든 일이든 더 빨리 하려고 하는 것은 한국 사람들의 성격이 급해서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시간 공황 상태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요리를 만들어 먹지 않고 중국집에서 시켜 먹는다. 옛날에는 입맛이 당겨서 시켰는데 요즘은 시간이 없어서 시켜 먹는다. 또한 여러 가지 여가 활동을 동시에 한다. 해외여행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영화를 보고, TV 보면서 신문 읽는다. 여가 활동을 정확한 시간 안에 한다. 시간 공황 사태를 시간 심화 행동으로 극복하려고 하면 삶의 속도는 자꾸 빨라진다. 삶이 빨라지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실수 때문에 빚어지는 문제점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그래서 일상생활 속도가 빨라지면 점점 더 위험해지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어느 틈엔가 위험 사회가 되어버렸다. 경제적으로 훨씬 잘산다. 그런데 훨씬 바빠졌다. 바빠진 만큼 위험해졌다.
--- p.059~061

조금만 더 잘 살면 우리 삶은 정말 평화롭고 행복할 것만 같다. 그래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경제에 관심을 기울인다. 우리는 풍요로운 사회를 꿈꾼다. 그런데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점점 더 바빠진다. 더 많이 소비한다. 시간이 없다. 왜 풍요로운 사회가 오지 않고 바쁜 사회가 왔을까? 옛날보다 더 잘 사는데 왜 이렇게 바쁜가? 스태판 린더는 시간의 희소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데도 시간이 필요하고 연극 한 편을 관람하는데도 시간이 있어야 한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노동 시간 산출량도 늘었다. 노동 시간 산출량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노동 시간을 더 늘리거나 여타 시간 산출량을 늘렸다. 쉽게 말해서, 시간당 천 원 벌었을 때는 하루 8시간 일해서 8천 원을 받았지만 시간당 천 5백 원을 벌면 하루 만 2천 원을 받는다. 당연히 더 많이 일한다. 많이 벌면서 더 많이 쓴다. 노동 시간당 산출량을 늘림으로써 노동 생산성을 늘린다. 여가 시간당 소비 지출을 늘림으로써 여가 생산성을 증가시킨다. 이렇게 노동 시간은 더 늘릴 수 있고 여가 시간은 더 줄일 수 있다. 더 이상 만족을 증가시킬 수 없을 때까지 시간을 재편성한다.
--- p.097~100

전 국민의 대표 취미라 해도 과하지 않은 것이 바로 ‘독서’ 아니겠는가! 우리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사회적 맥락 속에서 책을 읽었고, 책 읽기를 통해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를 펼쳤다. 한편으로 세계화 상황이 초래한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은 베스트셀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 자기계발서와 경제경영서를 그렇게도 읽었다. 그러나 양극화로 말미암아 중산층은 몰락하고 몰락한 중산층의 상승 이동은 차단당하면서 좌절은 포기를 초래했다. 급기야 자기계발서는 위축되고, 정의롭지 못한 우리 사회에 대한 분노와 좌절 그리고 대안에 대한 모색을 추구하는 베스트셀러들이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중략) 또다시 책이다. 책을 읽어라! 매력적인 남자는 책을 읽고, 과거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한다. 그러나 배 나온 사장은 그저 신문을 읽고 변해가는 세상을 비판하고 기존 사업을 고수한다. 매력적인 남자는 삶을 살지만, 사장은 밤낮없이 일할 뿐이다.
--- p.116~152

근대화가 한창이던 때만 하더라도 글자를 읽을 줄 안다는 것은 결정적으로 중요한 능력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글자를 읽을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화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은 더 이상 글자가 주요한 미디어가 아니다. 한 권의 책으로 설득하는 사람이 세상을 쥐락펴락하던 근대화는 이미 흘러간 과거다. 한 장의 이미지로 감동을 주는 사람이 주인공이 된다. 이미지 언어를 즐기는 사람은 세상을 어떻게 볼지를 제시하는 사람이다. 이미지 언어를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미지 언어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을 즐길 수 있다. (중략) 자본주의는 대다수 사람들이 돈만을 생각하게 만들어 버림으로써 살아남는다. 오늘날 선진국에서는 무엇이 바람직한 삶인지에 대한 거짓 기준을 부여함으로써 자본주의는 계속된다. 기술복제 시대에 넘쳐나는 이미지들은 우리에게 말을 건다. 세상을 다 바꾸고 싶은가? 당신도 이미지로 말을 하라! 이 이미지 언어 읽기를 비즈니스에서는 디자인 경영이라 하고, 갤러리에서는 예술적 감수성이라 하고, 우리 시대는 감성 지수EQ 또는 창의성이라 한다.
--- p.154~170

제조업을 위주로 하는 자본주의 초기 단계에서 신중간 계급 문화는 직업과 관련이 높았다. 그러나 서비스업으로 전환된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학력과 관련이 높아진다. 거주지, 직업, 소득 등으로 신중간 계급을 확인할 수 있다. 신중간 계급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여가다. 직업이 아니다. 심지어 신중간 계급 내부에서도 여가는 서로 다르다. 직업보다는 여가의 종류와 여가를 활용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다. (중략) 과거에는 속 편하게 노는 것도 수용했다. 그러나 일과 능률을 숭배하면서부터 빈틈은 모두 사라졌다. 청년 실업자가 대낮에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을 비난한다. 그런데 영화를 만들면 창조적인 청년이라고 치켜세운다. 도시 사람들의 여가가 수동적으로 변했다. TV를 통해 축구 경기를 관람한다. 적극적인 에너지는 일하는 데에 모조리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이때 주5일 근무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기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주말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단다. 장시간 노동에 익숙해져서 오히려 여가 시간을 따분하게 여긴다. 현재보다 더 많은 교육이 필요하다. 여가를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는 것이 교육 목표 중 하나여야 한다. 잔치는 끝났다. 급속한 성장 시대는 끝났다. 복권 사듯이 인생을 살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망하기에는 삶이 너무 소중하다. TV를 끄고 밖으로 나가자. 생각만 하지 말고 여행을 떠나자. 대한민국 금수강산 골목마다 발자국을 남기자. 술잔 들고 나를 망치지 말자. 멋진 나를 뽐내자. 천박하게 자랑하지 말고 공부 좀 하자. 문화 자본을 늘리자. 책이면 책, 그림이면 그림, 안목을 기르자. 상징 자본에 투자하자. 섹시한 나를 즐기자.


<출판사 리뷰>

풍요의 역설, 빼앗긴 여가,
일과 소비의 악순환

우리는 풍요로운 사회를 꿈꾼다. 조금만 더 잘 살면 삶은 정말 평화롭고 행복할 것만 같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경제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풍요로운 사회는 오지 않고 바쁜 사회가 왔다. 현실은 점점 더 바빠진다. 시간이 없다. 경제적 풍요는 보다 많은 여가를 선물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더 많은 일을 몰고 왔다. 소비주의 때문이다. 많이 벌고, 많이 쓴다. 시간을 상품으로 대체한다. 사람들은 보다 많은 자유 시간을 진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다 많은 상품과 서비스가 진보다. 소비주의는 자본주의의 산물이다. 우리에겐 돈이 필요하다. 더 오랫동안 일한다. 카드를 긁는다. 카드 값을 갚으려고 일한다. 어느덧 ‘일과 소비의 악순환’에 빠져 버렸다. 소득이 배로 늘어도 배로 풍요로워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장 하고 싶은 건 여행
그런데 정작 하고 있는 것은 TV 보기

우리나라 사람 중에서 59.4%는 시간이 부족하고, 81.3%는 피곤하다. 매우 피곤한 사람 중 57.0%는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 항상 시간이 부족한 사람 중 97.8%는 피곤하다. 우리 삶은 왜 이렇게 바쁘고 왜 이렇게 피곤한가? 저자는 사람들이 바쁘고 피곤한 이유를 국민생활시간조사, 문화와 여가 사회조사 등 각종 조사 내용을 토대로 되짚는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여가 활동은 TV 보기이다. 많게는 전체 여가 시간의 절반 이상을 TV 보기로 써버린다. 집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TV부터 켠다. TV에서 유재석이나 강호동이 떠들기 시작하면 집에 사람 사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냥 켜져 있을 뿐이다. 이런 여가 생활에 만족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저자는 당연하다고 말한다. 하고 싶은 건 여행인데 실제 하고 있는 것은 TV 보기니까. 사람들은 소극적이고 정적인 여가 활동을 할 때보다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여가 활동을 할 때 더 즐거움을 느낀다. 여가를 잘 경영하면 인생이 행복해질 수 있다. 이에 저자는 여가라는 어려운 말을 쓰지 않고, 국민 취미라 할 수 있는 ‘독서’와 우리 시대의 새로운 텍스트가 된 ‘이미지 언어’를 통해 여가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취미가 뭐야? 세상 가장 난감한 질문
만만한 답은 바로 국민 취미 ‘독서’
언제부터 독서가 우리 모두의 취미가 되었나?

전 국민의 대표 취미라 해도 과하지 않은 것이 바로 독서다. 누구나 한 번쯤 취미를 묻는 질문에 독서라 답해 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책을 읽고 있는가? 저자는 우리가 순수하게 읽고 싶어서 읽는 책도 있지만 사실 아주 본능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책을 읽어왔다고 말한다. 그 근거를 지난 20여 년간 국내 베스트셀러 트렌드를 통해 되짚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사회적 맥락 속에서 책을 읽었고, 책 읽기를 통해 정체성 정치를 펼쳤으며, 한편으로 세계화 상황이 초래한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으로 자기계발서와 경제경영서를 그렇게도 읽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어제의 생각으로 오늘을 살 수 없고, 오늘의 생각으로 내일을 준비할 수 없다. 우직하게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더 이상 먹고살 수 없다. 우리에겐 남다른 시각이 필요하다. 창의적인 발상이 필요하다. 때문에 제대로 된 책을 읽어야 한다. 저자는 『앵무새 죽이기』를 시작으로 이제 무슨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과거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는, 더불어 미래를 지향하는 창의적 시각을 열 수 있는 책 읽기란 과연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이제 이미지 언어가 나와 내 삶을 바꾼다
글자로 배우지 마라! 차별화한 당신을 보여라!

저자는 책 읽기에 이어 우리가 집중해야 할 여가가 바로 이미지를 볼 줄 아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근대화가 한창이던 때만 하더라도 글자를 읽을 줄 안다는 것은 결정적으로 중요한 능력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글자를 읽을 줄 몰랐기 때문이다. 글자는 정보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미디어다. 그래서 글자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 권력을 장악한다.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글자가 주요한 미디어가 아니다. 한 장의 이미지로 감동을 주는 사람이 주인공이 된다. 이미지 언어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기껏 갤러리에 가서도 이미지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 오른쪽 하단에 깨알 같이 적힌 제목과 설명을 읽는데 급급하다는 거다. 이제 이미지를 감상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만 한다. 저자는 서양 유화부터 우리의 진경산수화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의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세상을 보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여가에도 안목이 필요하다
이제 섹시한 나를 즐길 시간
당신의 여가가 당신을 말한다

우리는 어제도 오늘도 열심히 살았고, 내일도 분명 그럴 것이다. 그러나 불안하다. 보란 듯이 인생을 즐기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 그런데 한 번 보자. 너나 할 것 없이 종일 휴대 전화를 손에서 떼지 못한다. 끝없이 인터넷 뉴스를 보고, SNS 페이지를 들락거린다. TV는 보고 싶지 않아도 틀어놓고 있다. 그러면서 드라마 속 소시민의 이야기를 완전 공감하면서 본다. 드라마는 해피엔딩이지만 돌아서면 공허해진다. 여행 계획을 세워본다. 그러나 정작 떠나지는 못한다.

급속한 성장의 시대는 끝났다. 복권 사듯이 인생을 살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망하기에는 삶이 너무 소중하다. 저자는 우선 TV부터 끄자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얻게 된 여가 시간으로 우리는 얼마든지 더 바쁘지 않고, 더 피곤하지 않게 살 수 있다. TV를 끄고 밖으로 나가자. 생각만 하지 말고 여행을 떠나자. 술잔 들고 나를 망치지 말자. 멋진 나를 뽐내자. 천박하게 자랑하지 말고 공부 좀 하자. 책이면 책, 그림이면 그림, 안목을 기르자. 문화 자본을 늘리고, 상징 자본에 투자하자. 섹시한 나를 즐기자. 이 책은 누군가에게 자기계발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인문교양서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실은 행복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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