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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 2

<책 소개>

MBC 대장경 천년 특별기획 무신 원작 소설
노예에서 최고 권력으로
운명의 사슬을 끊다

천하에 용기 있는 자, 명예를 구하라!

이고, 이의방, 정중부, 경대승, 이의민, 최충헌……. 학창시절 국사시간에 마치 한 두름에 엮인 굴비처럼 의미 없이 죽 읊어댔던 무신정권 계보들, 그토록 무미건조했던 단순 암기 내용이 선혈이 낭자하고, 거친 사내들의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생생한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MBC 대장경 천년 특별기획 드라마 <무신>의 원작 소설이 출간된 것이다.
소설 《무신》은 1200년대 강력한 무신정권이 존재하던 시기의 고려를 배경으로, 약 60여 년간 황제를 대신해 통치해오던 최씨 정권을 뒤엎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노예 출신의 한 남자, 실존인물 ‘김준’의 일대기를 담은 작품이다.
신분고하가 엄격하던 때, 비천한 노예 출신에서 승려를 거쳐 최고의 권력자가 되기까지 파란만장한 김준의 삶을 바탕으로 권력을 향한 사나이들의 투쟁과 야망, 그 안에서 피어나는 사랑이 생생히 그려진다.
《무신》은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에 나와 있는 인물열전을 기본 사료로 한 허구가 아닌 실록에 나온 역사적 사실이자,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권력 앞에서 부모도 형제도 없던 냉혹한 시대, 붉은 피의 역사가 펼쳐지는 이 드라마의 극본은 <용의 눈물>, <태조 왕건>, <야인시대>, <영웅시대>, <연개소문> 등 선 굵은 남자 이야기를 주로 다뤄온 ‘정통 사극의 대가’, ‘사극의 제왕’이라 불리는 이환경 작가가 집필했다. 여기에 소설은 《이산 정조대왕》, 《선덕여왕》으로 맛깔 나는 이야기의 힘을 보여준 류은경 작가가 집필하여 영상 뒤에 숨겨진 깊은 의미들을 한층 품격 있게 그려주고 있다.

<줄거리>

1200년대 강력한 무신정권이 존재하던 시기의 고려를 배경으로 약 60여 년간 황제를 대신해 통치해오던 최씨 정권을 뒤엎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노예 출신 한 남자, ‘김준’. 그의 삶을 바탕으로 권력을 향한 남자들의 투쟁과 야망, 그 안에서 피어나는 사랑을 담은 드라마 <무신>의 원작 소설.

<저자 소개>

극본 이환경
1950년 인천 출생.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나리오 부문 당선. 1980년 TV 드라마 작가로 입문한 이후 선 굵은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큰 인기를 얻어왔다. 대표작으로 《태조 왕건》, 《용의 눈물》, 《제국의 아침》, 《야인시대》,《영웅시대》, 《연개소문》 등이 있다.

소설 류은경
1971년 충남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1998년 작가세계 신인소설상 데뷔,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이산 정조대왕》(2007), 《선덕여왕》(2009), 《노견만세》(2010) 등을 집필했다.

<목차>

1. 다루가치
2. 초조대장경 사수작전
3. 절망 뒤에 오는 것
4. 다시 새기는 혼, 팔만대장경
5. 조작된 역모
6. 집착의 끝
7. 위험한 선택
8. 무오정변
9. 이루지 못한 꿈

<책 속으로>

“바로 몇 식경 전까지만 해도 저 김준이는 노예였사옵니다. 합하께서는 우리 고려국을 저와 같은 노예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싸우려는 것이 분명합니다. 몽고는 돌아갔으나 조만간 다시 우리 땅으로 쳐내려올 것이옵니다. 싸우지 않으면 백기를 들어야 하옵니다. 백기를 들게 되면 황제 폐하도 아니 계시고, 도방의 합하도 아니 계시고, 대감께서도 아니 계십니다. 모두가 노예가 되옵니다. 바로 얼마 전까지 제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옵니다.”
(3장 절망 뒤에 오는 것, 129p)

“기나긴 전쟁을 치르면서 백성들은 암담한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백성들에게 필요한 것은 믿음입니다. 그리고 희망입니다. 우리 고려가 지옥의 야차와도 같은 저 몽고와 싸워 이길 수 있다는 믿음, 그리하여 종국엔 고려의 자주성을 지켜내고야 말겠다는 희망. 그러한 마음이 있어야만 역경을 이겨낼 수 있고, 무너진 고려의 얼을 다시금 바로세울 수 있습니다. 대장경은 분명히 백성들의 마음을 지탱해주는 불빛이 되어줄 것입니다.” (3장 절망 뒤에 오는 것, 136p)

“한 가지만 생각하게. 전쟁에 지치고 궁핍한 삶에 지친 백성들이 그나마 위안을 받고 있는 것이 대장경일세. 백성들에게 있어 대장경은 빛일세. 불빛이 없으면 어찌 어둠 속에서 배를 저어갈 수 있겠는가? 우리의 할 일은 그 불빛을 일구어주는 것일세. 우리 같은 부처님 제자들이 백성들을 구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야. 불제자인 자네의 소임이기도 해. 그 소임은 회피하면서 언제까지 조정만 탓하고 있을 생각인가?”
“사형…….”
“그만하면 됐네. 자네의 발길이 이곳 남해에 닿은 것이 바로 부처님의 뜻일세. 부처님께서 자네를 이곳으로 불러들이신 게야. 허니 만행은 이것으로 끝내고 나와 같이 강화로 가세. 자네가 할 일이 많아.”
“땡초가 다 되어버린 저 같은 놈이 무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할 일이야 많아. 아니, 없더라도 찾아야하질 않겠는가. 본래 도를 깨우치는 목적은 자신을 구하고 다시 세상을 구하는데 그 뜻이 있는 것. 팔만대장경판의 완성기간을 자네 불자의 삶에 있어 최대의 수도 기간으로 삼아 정진을 해봐. 사나이 일대사, 목숨 한 번 걸어볼 만한 큰 일이 아닌가. 일어서게. 자네가 번뇌를 씻고 부처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내가 돕겠네.” (4장 다시 새기는 혼, 팔만대장경, 147p)

전날 저녁이었다. 서산에 해가 걸릴 즈음에 김준이 최우의 침소 밖 마당에 거적을 깔고 앉아 죽음을 청했다. 그렇게 시작된 석고대죄가 날이 밝고 노을이 번질 무렵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합하를 기망한 사실이 김준이로서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옵니다. 깨끗이 자결하여 합하께 지은 죄를 씻을 수 있게 해주시옵소서.”
최우는 머리를 조용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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