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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왕국을 세워라
국민 드라마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사극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이병훈 감독의 생생한 드라마 현장 이야기!
<허준> <대장금> <상도> <서동요> <이산> 한때 밤거리를 적적하게 만들 만큼 수많은 시청자들의 호응을 받았던 이 작품들은 이병훈이라는 연출가의 손에서 만들어진 사극 목록이다.
MBC가 막 개국할 당시 PD 공채 2기로 입사하여 전공과 아무 상관없던 분야에서 30여 년간 분투한 끝에, 그는 오늘날 사극의 거장이라는 칭호를 얻기에 이르렀다. 이 책은 한 젊은이가 뚜렷한 방향 없이 맨 몸으로 도전하여 마침내 자기 길을 발견하고, 그 길로 쉼 없이 매진했던 인생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저자의 인생 방향타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열정’이다. 그는 재능과 전공보다는 자신의 분야에 대한 ‘승부욕’을 무기로 삼았다.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숱하게 슬럼프를 겪었지만 불굴의 열정과 승부욕으로 그 침체에서 벗어났고, 그 결과 ‘슬럼프란 자신이 극복할 수 있을 만큼만 온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이병훈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드라마를 연출한 감독으로 꼽힌다. 조연출을 거쳐 <제3교실> <암행어사>, 장장 8년간에 걸쳐 방영된 <조선왕조 500년 시리즈>를 연출함으로써 드라마 국장이라는 데스크의 자리에 오르지만, 연출 현장에 대한 욕심은 그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다. 메가폰을 놓은 지 8년 만인 1999년 말, 그는 드디어 <허준>을 통해 한국 사극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된다.
이병훈 감독은 모든 국민이 공감하는 사극, 특히 청소년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극을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기 위해 흰색과 검은색 일색인 색채를 화려한 파스텔 톤으로 바꾸기, 극의 속도감 있는 전개, 국악과 클래식 위주의 음악을 뉴에이지 풍으로 전환하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존의 스테레오타입을 깨뜨릴 새로운 작가의 발굴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 같은 남다른 고민과 모색은 그의 드라마가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인의 뇌리에 한류의 위상을 심어주는 원동력이 된다. 한국인의 진정한 인간적 영웅상을 보여준 <허준>, 사람이 곧 장사의 본질이라는 것을 역설한 <상도>, 신분 사회와 여성이라는 이중의 벽을 뛰어넘은 여장부 이야기 <대장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상을 더듬어본 <이산> 등은 단순한 드라마의 재미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가 함께 생각해야 할 아젠다를 던져주는 역할을 했다.
이 책에는 한 편의 드라마가 탄생하기까지 연출가가 거쳐야 하는 과정들이 낱낱이 들어 있다. 드라마의 소재 찾기와 작가의 선정, 험난한 캐스팅 과정, 매주 치러야 하는 시청률이라는 테스트 등등의 이야기는 일반 시청자가 알지 못했던 드라마 관계자들의 내밀한 사정들을 들려준다. 촬영기간이 보통 6개월 이상 진행되는 사극에 배우들을 캐스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대사 한마디를 만들기 위해 작가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고뇌하는지, 마음에 드는 한 장면을 얻기 위해 연출가와 스태프들이 어떤 고생을 하는지 등의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독자들의 드라마 보는 깊이가 지금까지와 달라질 것이 틀림없다.
저자의 집필 동기는 책 제목에 그대로 나와 있다. 드라마의 영역에서 55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허준>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낸 저자는 ‘성공의 나이에 커트라인은 없다’는 것, 사람은 꿈을 꿀 때 존재의 가치가 있으며 그러한 ‘꿈의 왕국을 세우기’ 위해 온 열정을 바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로 전하고 있다.
<책 속에서>
경험은 사람을 가르치고 변화시킨다. <허준>을 찍고 <상도>를 찍고 <대장금>을 찍는 동안 나도 조금씩 변해왔다. 특히 캐스팅을 할 때 집착이라는 것을 버리게 되었다. 예전에는 내가 선호하는 배우들에게만 캐스팅을 제의했지만, 이제는 스태프들 눈치도 보고 가족들 의견도 듣는다. 무엇보다도, 내가 좋아하는 연기자보다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연기자를 우선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끝내 닿을 수 없었던 사람, 송윤아’에서)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이영애가 얼마나 훌륭한 배우였는지 몰랐고, <대장금>이 얼마나 큰 성공을 거둘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다만 나를 믿고 흔쾌히 캐스팅을 수락해준 그녀가 한없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 감사의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녀는 촬영 기간 내내 단 한 번도 늦은 적이 없었고, 단 한 번도 피곤하고 힘든 내색 없이 추위와 더위와 졸음과 배고픔을 참아주었다.
(‘처음처럼 일곱 번째 프러포즈, 이영애’에서)
아마도 최진실은 자신을 발탁하고 이끌어준 나에게 훌륭한 연기로 보답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그녀의 그런 바람은 이루어질 수 없게 되었다. 국민 모두가 그러했지만, 나 역시 최진실의 소식을 듣고는 기가 막히고 허탈하기가 이루 말로 다할 수가 없었다. 인생무상이라더니, 이것을 두고 하는 말이지 싶었다. 그리고 그녀의 밝은 얼굴 뒤에 감추어져 있던 고뇌와 아픔을 헤아려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못내 미안하기만 했다.
(‘최진실을 최고이게 한 것은 성실’)
명대사란 작가의 처절한 산통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탄생한다. <허준>에서 유의태는 “의원은 병자의 병을 보지 병자의 신분을 보지 않는다”는 말로, 의원의 바른 자세를 설파한다. <상도>의 홍득주는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라는 말로, 사람이 인생의 가장 값진 재산임을 새삼 일깨워준다. 그리고 <대장금>의 한 상궁은 “물도 그릇에 담으면 음식이다”라는 말로, 우리가 먹고 마시는 모든 것에 정성과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한 줄의 명대사를 위한 기나긴 고독’에서)
“나는 연출이라곤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방송 관련 전공을 한 것도 아니고 방송국에 들어가기 전에는 연극 한 편도 보지 못했다. 다만 그런 약점을 알기에 부족한 점을 채우려고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렇다고 내가 이 분야에 딱히 적성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늘 나의 적성과 재능을 의심하면서도 주어진 일을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려왔다. 뛰어가면서도 왜 뛰고 있는지 어디를 향해 뛰고 있는지 내 자신에게 물어보지 않은 날이 없었다.
(‘전공보다 중요한 것은 승부욕’에서)
<서평>
이병훈 감독은 사극이라는 장르에 얽매일 필요가 없이 이른바 현대와 역사, 사실과 환상, 드라마와 판타지가 서로 한데 어우러져 가장 원형적인 인간상과 미학을 창조해낸 퓨전 사극의 당대 명장으로 우뚝 서 있다. 역사를 하나의 낡은 전례로부터 의학, 상업, 음식과 여성, 신화와 전설로 확대시킨 이른바 이병훈 표 사극의 성공은 우리시대의 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뛰어난 문화유산의 창조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최인호 (소설가)
이병훈 PD의 힘은 엄청난 시청률이나 신드롬, 한류 진원지 역할을 한 사극을 제작했다는 결과론적 화려한 결실을 맺게 했지만, 그의 진정한 존재 가치는 사극 한 작품 한 작품을 하면서 의미부여를 하며 사극을 통해 박제된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오늘의 의미로 살아 움직이게 하고 부활시켰다는 데 있다. 하지만 이병훈 PD 연출 인생은 완료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자 미래형이다. 그가 앞으로 펼쳐낼 사극에 기대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
<작가>
이병훈
서울대 임학과 졸업. PD 공채 2기로 MBC에 입사.
<113수사본부>에 이어 <제3교실>을 연출하며 연출가로서 자신감를 키우게 된다. <암행어사>를 하면서부터 차츰 사극에 대한 깊은 애정이 생기기 시작했고, 장장 8년에 걸친 <조선왕조 5백년 시리즈>를 연출하면서부터는 더 이상 사극에서 발을 뺄 수 없을 정도로 사극의 매력에 깊이 빠져든다.
데스크로서 현장을 떠난 지 8년 만에 한국 사극의 큰 이정표를 세운 <허준>을 연출하여 국민 드라마 감독으로 자리매김 하게 된다. 이후 <상도> <대장금> <서동요> <이산> 등을 제작하였고, 특히 <대장금>은 한국 드라마를 세계인의 의식 속에 깊이 심는 한류 문화의 대명사가 되었다. 지금은 MBC에서 방영될 드라마 <동이>의 준비에 여념이 없다.
<차례>
추천사
도전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우리 시대 문화유산의 창조자_최인호
이병훈 PD, 우리 사극의 어제이자 오늘_배국남
프롤로그
나는 오늘도 새로운 왕국을 꿈꾼다
PART I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
역사 속으로 걸어가다
사극으로 되찾은 나의 자리 / 사람은 책 속에 들어 있다 /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을 찾아라
거부당한 초대장
연출자들의 고통의 강, 캐스팅 / 끝내 닿을 수 없었던 사람, 송윤아
추락이 두려워 날개를 마다하랴
처음처럼 일곱 번째 프러포즈, 이영애 / 캐스팅의 전화위복, 황수정
스스로 오르는 자만이 정상을 밟는다
최진실을 최고이게 한 것은 성실 / 자기 안의 보석을 빛내 보인 조정은 / 준비된 마을청년 1, 이대근 / 지상렬처럼 굴하지 말고 도전하라
PART Ⅱ
나의 왕국에 함께 사는 사람들
꿈을 그려내는 사람들
박완서 선생님, 제게 이러실 수 있습니까? / 한 줄의 명대사를 위한 기나긴 고독 /드라마 작가는 누구나 외롭고 쓸쓸하다 / 베트남에서 보내온 수정 원고 / 꿈을 이루려면 설계도를 제대로 갖추어라
나의 왕국을 빛낸 사람들
허준보다 더 허준 같았던 전광렬 / 김현주, 고치를 뚫고 나비로 날아오르던 날 / 연기와 윤리 사이, 이재룡 / 톱스타가 되려면 이영애에게 배워라 / 임현식,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내가 가장 잘 안다 / 완벽을 향한 끝없는 업데이트, 이순재 / 조재현의 40대 아줌마부대와 이보영을 따르는 10대 화랑도 / 장난꾸러기 이서진과 눈물의 여왕 한지민 / 잘 나가는 배우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PART Ⅲ
꿈의 왕국을 건설하다
어떤 왕국을 세울 것인가
<허준>, 사극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다 / 돈은 <상도>처럼 벌어라 / 역사 밖으로 걸어 나온 아름다운 여장부, <대장금> / <서동요>, 소외된 나라 백제를 노래하다 / 역사보다 거대했던 남자, <이산> / <동이>, 영혼의 무게는 누구나 똑같다
잠 못 이루는 날들은 시작되고
첫 녹화, 지옥의 날들은 왜 이리 빨리 오는가 / 감독님, 언제까지 걸어요? / 24시간 내리는 비는 없습니다 / 여름에는 추위에 강하고, 겨울에는 더위에 강하다 / 음식 유감
최고의 한 장면을 위해 가시밭길을 헤치다
예쁜 여배우를 더욱 예쁘게 하라 / 5분을 위해 10시간을 달려가다
왕국을 세우는 장인들
김종학, 그가 찍은 신은 반짝반짝 빛났다 / 김근홍, 그가 있으면 나는 왕이 된다 / 1평 방에서 이루어지는 제2의 창작, 편집 / 드라마의 감동은 OST를 타고 / 염화시중의 미소, 카메라감독 김영철 / 미술 스태프, 시청자의 눈을 즐겁게 하라 / 엑스트라, 나 참 더러워서 못 해먹겠네!
PART Ⅳ
나의 왕국은 시청자의 것
사극은 나의 인생
시청률, 매주 두 번씩 치르는 혹독한 시험 / 우리 국민의 유별난 드라마 사랑 / 우연히 시작된 나의 PD입문 / 전공보다 중요한 것은 승부욕 / 슬럼프는 극복할 수 있는 만큼만 온다 / 내가 만들고 싶은 드라마
에필로그
나는 오늘도 길을 떠난다
부록 : 인터뷰
내가 보는 이병훈 감독
이영애 씨 / 전광렬 씨 / 한지민 씨 / 이순재 씨 / 임현식 씨